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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연극 공연에서의 '연기', '의상 및 가면'카테고리 없음 2024. 1. 27. 12:23반응형
연기
고전시대에 배우들은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대가를 받았을 수도 있고 받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액수는 미미한 것이어서 배우를 직업으로 삶을 꾸려나가기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그 배우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전문 직업 배우는 아닌 것이다. 처음에는 비극에 한 사람의 배우면 족했고, 대개의 경우 극작가 자신이 그 역을 했다. 세스피스와 아에스킬루스 모두 자신이 쓴 극에 직접 출현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껏 알려진 바로는, 소포클레스에 이르러 처음으로 극작가가 배우를 겸하지 않는 풍조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비극에 두 번째 배우를 처음으로 소개한 것이 바로 아에스킬루스였고, 세 번째 배우는 소포클레스에 의해 소개되었다. 소포클레스는 '배우 세명 규칙'을 제정하여 코러스를 제외하고 배우는 세 명 이상 쓰지 않았고, 이 규칙을 그리스 극작가들에 의해 준수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이 규칙으로 배우를 더 필요로 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대개의 경우 이들은 덜 중요한 배역에 대사가 없는 역할을 수행했다. 한 배우가 이중배역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의 수는 세 명 이상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 장면에 세 명 이상이 등장하는 작품은 매우 드물다. 예를 들어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 모두 일곱 명의 배우가 대사를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것으로 미루어 한 배우가 덜 중요한 여러 배역까지 소화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먼저 극작가는 직접 배우들을 선택하여 자신이 쓴 작품의 모든 제작과정을 감독한다. 특히 비극작가들은 연출가 역할도 겸하여, 코러스와 호흡을 맞추어 보는가 하면, 배우들의 연기를 일일이 챙기며 배역과 대본 등을 정해주기도했다. 기원전 499년에 처음으로 연극 경연대회가 열렸을 때,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행정당국은 어느 배우가 어느 연극에 출현하는지를 추첨으로 정했다. 오늘날의 극작가들이나, 연출가들, 그리고 제작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의 극작가들도 연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절대로 훌륭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원전 5세기의 연기 스타일을 상상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일상적인 말투나 행동을 수반하는 등의 사실적인 연기는 아니었을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고전 연극에 배여 있는 수많은 무대 관행들이 그와 같은 사실적 연기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리시스트라테'와 같은 작품의 경우 여성 등장인물이 성적으로 유혹하고 있다고 관객들이 믿어주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실은 여자 배우가 허용되지 않던 시절이라 남성이 여장을 하고 여성 배역을 하는 것이니 아무래도 사실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그리스 연극은 춤과 같은 동작과 합창을 필요로 한다.
의상 및 가면
그리스 의상의 주요 요소는 가면이다. 모든 그리스 배우들은 얼굴 전체와 머리카락, 수염, 그리고 기타 얼굴 표정의 특징까지 보여주는 가면을 착용했다. 이로써 관객들은 등장인물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고, 배우들은 가면을 바꾸어 써가며 한 사람이 여러 배역을 소화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고전시대에는 얼굴 가면이 크게 과장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비극의 경우 모든 코러스 단원들은 아마도 똑같은 가면을 착용했다. 그와는 달리, 희극의 코러스들은 종종 특이한 가면을 필요로 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아리스토파네스의 두 편의 작품에서 코러스는 개구리와 새의 가면을 착용하고 등장한다.
그리스 연극의 의상은 대개의 경우 매우 관행적이다. 우리에게 알려진 의상들은 대부분 그리스 화병에 그려진 그림을 통해서이다. 그리스 신화에 뿌리를 둔 그리스 비극의 등장인물들은 아마도 예외 없이 장식이 많이 달린 튜닉을 입고 짧거나 긴 망토를 둘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스 배우를 그린 삽화들을 살펴보면 하나같이 코소르노스라고 하는 밑창이 두툼한 신발을 신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데, 이것은 후기 헬레니즘 시대 이후부터 사용된 것이고, 고전시대에는 단창의 신발을 신었다.
일상복을 기본으로 하는 희극의 의상은 몸매의 특정 부위를 강조하여 드러냄으로써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자아내기 위해 대체적으로 몸에 꽉 끼는 옷을 사용했다. 희극 의상만의 독특한 요소는 남근상으로, 이것은 모든 남성 등장인물들이 허리춤에 차고 등장한 거대한 남성의 성기이다. 이러한 남근상의 사용은 아마도 희극의 기원으로 믿어지는 풍요제에 그 기원을 둔 것으로 생각된다. 일부 학자들은 남근상의 길이가 30cm 정도이며 가죽으로 만들어져 그 안에 헝겊 쪼가리를 쑤셔 넣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우에 따라 남근상을 말아 올려 몸속에 숨기기도 하였으며, 어떨 때는 우스꽝스러운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덜렁덜렁 드러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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